학회 장소인 라야 호텔. 일단 수영장이 좀 더 예쁘기는 했다. 그런데 수영하기는 좀 애매해 보였다. 점심식사. 부페이기는 했는 데 먹을 게 그렇게 마땅해 보이지는 않았다. 사테를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여기 사람들은 저 알새우칩 같이 생긴 놈을 자주 먹는 것 같다. 커피 브레이크 때 이런 걸 준다. 커피는 역시 인도네시아라 진한 맛. 춘권 위에 고추가 있는 데 매웠다. 고추가 매운 건 당연한가? 이건 디너. 당시엔 정말 먹을 것 없다고 느꼈는 데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맛있어 보이기도 한다. 워낙 만두, 전병 이런 것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인도네시아 대학 교수님들이 우리를 스바르가 리조트라는 곳에 데려갔다. 이곳은 인도네시아 대학 건축과 교수가 설계하고 경영에도 관계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이곳을 설계했다는 건축과 교수님 말로는 보로부드르 불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불탑에서 영감을 얻다 보니 수직적인 구조이고 오르 내리기 좀 힘들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리조트라는 걸 생각하면 불편함이 있을 것 같기는 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건 아니라서 위쪽에 있는 스위트 룸에 딸린 개인 수영장은 정말 멋졌다. 리조트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생선 요리를 시켰는 데 옆에서 먹는 나시 고렝이 맛나 보였다. 롬복 커피. 역시 진했다.
학회 일정이 끝나고 UI (인도네시아 대학) 교수님들이 우리를 이끌고 이곳에 데려왔다. 아마 롬복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아닐까 했다. 모양은 제주도 큰엉지구 비슷했다. 개인적으로는 큰엉지구가 좀더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정체는 바툴라야 화산 해변 공원이었다. 안내 사진 속에 보이듯이 이곳도 발리처럼 힌두교 사원이 있다. 발리처럼 많지는 않지만 이곳에 있는 힌두교 사원은 꽤 멋졌다. 어찌보면 발리의 따날롯 사원 같았다. 바다가 있는 절벽에 사원을 짓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보면 부산의 용궁사도 이런 분위기일지 모르겠다. 이런 지형은 신이 만든 것이고 그래서 이곳에 신전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 모르겠다.
롬복이 왜 발리보다 몇몇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지 셍기기 해변에 와 보니 알 것 같았다. 발리와 달리 파도가 좀 잔잔하고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서 서핑이 아닌 해수욕을 원한다면 롬복이 발리보다 훌륭할 것 같다. 처음 셍기기에 도착했을 때는 잔뜩 흐린 날씨였는 데 구름이 걷히자 바다 색이 더 예쁘게 드러났다. 동남아 휴양지는 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아 외국에 온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할 때도 있는 데 아직 롬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 지 더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롬복에서 학회 장소는 라야 호텔, 옆에 가든 호텔이 붙어 있었다. 둘다 5성급이기는 했는 데 가든 호텔이 더 싸서 여기롤 예약했다. 5성급 치고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식 포함 1박 4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뭐 우리나라 시골 모텔 수준인데 만족스럽다. 5성급 호텔인 만큼 야외 수영장이 있다. 밤에도 오픈을 하고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객실 수영장에 비해 아침은 좀 애매했다. 5성급 호텔인데.. 이때는 너무 일찍와서 오믈렛 아줌마가 나오기 전이었고 좀 늦게 오면 오믈렛 아줌마가 오믈렛을 만들어 주기는 했다.
창이공항에서 롬복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편명은 분명 싱가폴 항공인 SQ로 되어 있지만 코드쉐어인 저가항공 실크 에어를 타는 상황이라 사실 좀 불안 불안 했다. 저가항공이라니 짧은 구간도 국제선이 나을까봐 싱가폴 끊은 건데... 게다가 그런 이유로 마일리지 적립도 안 된단다. 입이 조금 삐죽 나온 상태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타보니 저가항공 치고 꽤 괜찮았다. 급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런 훌륭한 일이. 저가항공이 기내식을 2개 중에 고를 수 있고 따뜻한 밥이 나오는 데다가 음료도 와인이 선택 가능했다. 내가 고른 놈은 칠리 소스 생선, 샤프란 라이스였는 데 맛도 나쁘지 않았다. 저가항공은 수저도 플라스틱 1회용 줄 때 많은 데 이 놈은 금속으로 된 놈을 주고... 저가 항공이지만 서비스는..
발리에 이어 인도네시아는 두 번째. 이번 목적지는 발리에 가려져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별로 안 유명하지만 발리보다 낫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는 발리 옆에 있는 섬 롬복이다. 직항은 없고 대한항공이나 가루다 항공을 타고 가서 자카르타에서 갈아타거나 싱가폴 항공을 타고 싱가폴에서 가는 방법이 있는 데 나는 싱가폴 항공을 이용했다. 탑승동에서 비행기를 타야 해서 이번에는 탑승동에 있는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했다. 오랜만에 타 본 싱가폴 항공. 여전히 기내는 깔끔했다. 이코노미 석에도 꽤 다양한 음료가 제공되는 데 기분을 낸답시고 싱가폴 슬링을 시켰다. 저 빨간색 액체가 싱가폴 슬링이란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 전 세계 항공사 중에서 싱가폴 항공 기내식이 제일 맛있고 그 중에 특히 닭고기 요리가 맛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