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후미진 곳 만을 골라 찍어서 그런 지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에 비해서는 좀 우중충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간판이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중국 어딘가에 와 있는 느낌은 주었다. 오히려 싱가폴 같은 곳을 중국에서 찾으려면 홍콩, 샹하이 밖에 없을 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위기의 장소는 중국에 아주 많을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이곳에 온 목적은 밥이니 밥을 먹으러 갔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을 먹어 보자고 왔다.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 갔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자주 오는 곳인 듯 했다. 맛은? 메뉴를 잘못 고른 것인 지 모르겠지만 무지 짰다. 열대 지방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려서 염분을 보충해 주어야 되서 그런 지 몰라도. 싱가폴 중국집에서 먹었을 때는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할랄 푸드의 조건..

택시를 타고 번화가인 부킷 빈탕으로 가자고 했는데 아저씨가 너무 막힌다고 입구인 타임스퀘어에서 우리를 내려 주었다. 정말 먼 거리를 달려 왔는데 요금이 너무 저렴하게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내렸다. 뉴욕에 타임스퀘어라는 곳이 있어서 그런 지 서울의 영등포 내지는 대전의 둔산동에도 비슷한 이름의 광장이 있고 쿠알라룸프르에도 그런 이름의 광장이 있다. 일단 무지 큰 건물이 인상적인데 땅이 넓어서 큼직큼직하게 짓는 모양이다. 시간은 오후 5시 반 쯤이 되었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차이나타운에 가서 밥을 먹고 메르데카 광장에 갔다가 페트로나스 타워를 보고 부킷 빈탕의 밤을 슬쩍 구경한 후 공항에 돌아가는 것으로 동선을 잡았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싱가폴 창이 공항과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양분되던 아시아 첨단 공항 경쟁에 우리나라 인천 공항과 함께 여러 공항이 뛰어 들었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 중국 상하이의 푸동 공항 등과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공항도 있었는데 도착해 보니 공항은 현대적으로 멋지게 지었고 규모는 인천보다 커 보였다. 땅에 여유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강점일 것이다. 내부에 있는 가게들은 아무래도 좀 촌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도착동에 여행 안내소에서 관광 안내지도를 받고 시내가 무지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항에서 70 km나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2명 이상이면 택시가 저렴하다는 말을 듣고 택시를 타고 시내를 이동했다. 시내까지 56링깃 나왔으니 거리에 비해 택시 요금이 무지 저렴한 것 같다..

쿠알라룸프르로 갈 때 말레이시아 항공을 이용했다. 최근 비행기의 증발?사고와 격추사고로 세일 공세를 해서 국적기 이코노미 클래스 가격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수 있어 덥석 예약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원월드에 속해 있지만 쿠알라룸프르 행은 대한항공과 코드쉐어를 해서 체크인 카운터에 대한항공 직원이 수속을 해 주었고 라운지 쿠폰도 대한항공 라운지 쿠폰을 주었다. 대신 셔틀 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에서 이용해야 하는데 적어도 내 취향엔 출국동에 있는 놈보다 안 좋았다. 새로 만든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다기 보다는 어딘지 싸구려같다는 느낌이 많이 났다. 샤워실도 열악하고 음식도 별로 먹을 게 없는 것 같고. 말레이시아 항공 비즈니스석에 탔다. 좌석은 대한항공 비즈니스석과 비슷한데 편의품이 기본적으로 제공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