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회 일정이 끝나고 UI (인도네시아 대학) 교수님들이 우리를 이끌고 이곳에 데려왔다. 아마 롬복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아닐까 했다. 모양은 제주도 큰엉지구 비슷했다. 개인적으로는 큰엉지구가 좀더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정체는 바툴라야 화산 해변 공원이었다. 안내 사진 속에 보이듯이 이곳도 발리처럼 힌두교 사원이 있다. 발리처럼 많지는 않지만 이곳에 있는 힌두교 사원은 꽤 멋졌다. 어찌보면 발리의 따날롯 사원 같았다. 바다가 있는 절벽에 사원을 짓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보면 부산의 용궁사도 이런 분위기일지 모르겠다. 이런 지형은 신이 만든 것이고 그래서 이곳에 신전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 모르겠다.

롬복이 왜 발리보다 몇몇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지 셍기기 해변에 와 보니 알 것 같았다. 발리와 달리 파도가 좀 잔잔하고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서 서핑이 아닌 해수욕을 원한다면 롬복이 발리보다 훌륭할 것 같다. 처음 셍기기에 도착했을 때는 잔뜩 흐린 날씨였는 데 구름이 걷히자 바다 색이 더 예쁘게 드러났다. 동남아 휴양지는 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아 외국에 온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할 때도 있는 데 아직 롬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 지 더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롬복에서 학회 장소는 라야 호텔, 옆에 가든 호텔이 붙어 있었다. 둘다 5성급이기는 했는 데 가든 호텔이 더 싸서 여기롤 예약했다. 5성급 치고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식 포함 1박 4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뭐 우리나라 시골 모텔 수준인데 만족스럽다. 5성급 호텔인 만큼 야외 수영장이 있다. 밤에도 오픈을 하고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객실 수영장에 비해 아침은 좀 애매했다. 5성급 호텔인데.. 이때는 너무 일찍와서 오믈렛 아줌마가 나오기 전이었고 좀 늦게 오면 오믈렛 아줌마가 오믈렛을 만들어 주기는 했다.

창이공항에서 롬복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편명은 분명 싱가폴 항공인 SQ로 되어 있지만 코드쉐어인 저가항공 실크 에어를 타는 상황이라 사실 좀 불안 불안 했다. 저가항공이라니 짧은 구간도 국제선이 나을까봐 싱가폴 끊은 건데... 게다가 그런 이유로 마일리지 적립도 안 된단다. 입이 조금 삐죽 나온 상태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타보니 저가항공 치고 꽤 괜찮았다. 급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런 훌륭한 일이. 저가항공이 기내식을 2개 중에 고를 수 있고 따뜻한 밥이 나오는 데다가 음료도 와인이 선택 가능했다. 내가 고른 놈은 칠리 소스 생선, 샤프란 라이스였는 데 맛도 나쁘지 않았다. 저가항공은 수저도 플라스틱 1회용 줄 때 많은 데 이 놈은 금속으로 된 놈을 주고... 저가 항공이지만 서비스는..

발리에 이어 인도네시아는 두 번째. 이번 목적지는 발리에 가려져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별로 안 유명하지만 발리보다 낫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는 발리 옆에 있는 섬 롬복이다. 직항은 없고 대한항공이나 가루다 항공을 타고 가서 자카르타에서 갈아타거나 싱가폴 항공을 타고 싱가폴에서 가는 방법이 있는 데 나는 싱가폴 항공을 이용했다. 탑승동에서 비행기를 타야 해서 이번에는 탑승동에 있는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했다. 오랜만에 타 본 싱가폴 항공. 여전히 기내는 깔끔했다. 이코노미 석에도 꽤 다양한 음료가 제공되는 데 기분을 낸답시고 싱가폴 슬링을 시켰다. 저 빨간색 액체가 싱가폴 슬링이란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 전 세계 항공사 중에서 싱가폴 항공 기내식이 제일 맛있고 그 중에 특히 닭고기 요리가 맛있다고..

2019년에는 싱가폴을 거쳐 들어왔지만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들어왔다. 이번에는 일반석을 이용해서 라운지 쿠폰이 없었고 말레이시아 항공 라운지가 너무 좋았던 기억에 유료로라도 이용하고 싶었다. 게다가 공항에 무지 일찍 도착해 비행기 시간까지는 5시간이나 남아 있었으니. 불행히 말레이시아 항공 라운지는 유료 이용이 불가능했고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라운지에 갔다. 138 RM으로 2시간 이용할 수 있었는 데 우리나라 라운지도 30불쯤 하는 데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내부가 좋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돈 내고 들어 갔다. 결과는 실망. 너무 사람이 많아 혼잡하고 음식도 별로였다. 편하게 쉬었고 샤워도 잘 했으니 본전 뽑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

올해는 옛날과 달리 Melaka에서 코스 하나가 추가 되었다. 노리자 교수님이 추천한 곳이라고 하는 데 Melaka 바닷가의 모스크였다. 사실은 기도시간이라 기도를 하셔야 하는 데 우리를 인솔하느라 예전에는 기도를 못하셨단다. 올해는 이곳에 들려 학생들은 바다를 구경하고 교수님들은 기도를 하셨다. 사원은 아라비아 느낌이 나는 데 밀물 때는 물위에 떠있는 것 같은 모양이 되어 더 멋지다고 한다. 사원에서는 Melaka 해협을 볼 수 있는 데 싱가폴이 개발되기 전에는 이곳이 무역의 거점이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