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환승 때문에 쿠알라룸프르에 머물러서 공항에 있는 캡슐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캡슐 호텔이라고 해서 일본의 캡슐 호텔을 상상했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한쪽이 터진 컨테이너 박스에서 자는 것이었는데 그렇데고 저렴한 것도 아니고 시끄럽고 게다가 통유리 바깥으로 버스정류장이 있어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이럴 때 아니면 하기 힘든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건 좋은 데 다시 묵으라면 글쎄... 결정적으로 별로 싸지도 않아서. 말레이시아 공항 2청사에 있는 맥도날드의 모습이다. 캡슐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았고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었다. 말레이시아 맥도날드에서는 좀 특이한 맥모닝을 팔았다. 랩 2개가 세트로 되어 있는 놈이었는데 하나는 치킨이고 다른 하나는 햄, 에그 였던 걸로 기억한다...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쿠알라룸프르의 명동이라는 부킷 빈탕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 쿠알라룸프르의 페트로나스 타워에서 부킷 빈탕까지는 Sky Bridge라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는데 얼른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잘 물어보아서 입구를 찾아 들어 왔다. 꽤 길게 터널이 연결이 되어 있는데 더운 날씨에 꽤 유용할 것 같았다. 다리를 쭉 따라가니 부킷 빈탕이 나왔다. 저녁 9시나 10시 쯤이 되면 모두 문을 닫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명동이 울고 갈 만큼 화려했다. 명동보다는 좀더 국제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나쁘게 말하면 말레이시아 만의 특색이 좀 없어 보이기도 했다. 9시 반 쯤 이곳을 나섰는데 택시 아저씨 말로는 이 순간이 부킷 빈탕 최고의 러쉬 아워라고 한다. 쿠..
쿠알라룸프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타워에 왔다. 마하티르 총리가 직접 쌍동이 빌딩 형태의 디자인을 골랐고 한 쪽은 일본, 다른 한 쪽은 한국 회사 (아마 삼성)에 발주하여 경쟁을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과는 삼성의 승리였다나? 빨리빨리는 우리가 잘 하는데 부실 시공만 안 했다면... 올라가 볼까도 했지만 전망 타워 입장료가 꽤 비쌌고 (아마 3만원 쯤) 숙소를 공항에 잡아 산 넘고 물 건너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겉모양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뭐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이 앞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내가 말레이시아에 와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기는 했다.
센트럴 마켓에서 페트로나스 타워로 향했는데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 외국에 와서 버스를 타기는 꽤 어렵다. 노선도 복잡하고 정확히 내리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지하철은 쉬운 데 쿠알라룸프르에는 LRT라는 모노레일이 다닌다. 아마 강수량이 많고 지반이 무른 편이라 지하철 건설이 어려운 모양이다. 티켓은 대전 지하철 토큰처럼 동그란 플라스틱 토큰형태였다. 구간에 따라 요금이 달라 지는데 아마 토큰 안에 있는 칩에 정보가 내장된 모양이다. 나름 쾌적하고 편안하게 페트로나스 타워가 있는 KLCC역까지 갔다.
메르데카 광장을 보고 나서는 페트로나스 타워로 발걸음을 옮겼다. 페트로나스 타워까지는 전철을 타야 하는데 메르데카 광장에서 전철 역으로 가는 길에 센트럴 마켓이 있어서 들렸다. 센트럴 마켓은 쿠알라룸프르의 명소 중에 하나고 서울의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곳이다. 이름 그대로 중앙 시장인데 입구와 아케이드 양쪽에 영국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 온다. Since 1888이라는 것처럼 이곳은 영국 식민지였던 시기에 만들어졌고 당시에는 주석 광산의 광부들이 주로 이용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말레이시아는 고무만큼 주석이 유명했던 것 같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가 많이 있다. 실험실에 인턴 학생으로 와 있던 말레이시아 학생이 선물로 주었던 주석으로 만든 페트로..
차이나타운에서 저녁을 먹고 쿠알라룸프르의 랜드마크인 메르데카 광장에 가 보기로 했다. 택시로 이동했는데 이동네 택시 운전기사들은 묘하게 흥정을 해서 미터를 작동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택시를 잡아 주는 곳에서 2 링깃의 커미션을 주고 잡으면 미터 택시를 탈 수 있는데 미터 택시에도 2종류가 있어 조금 저렴한 빨간 놈과 비싼 파란 놈이 있었다. 파란 택시가 옛날 우리의 중형 택시 같은 개념인 듯 했다. 하여간 파란 택시를 탔는데 운전 기사인 중국계 아저씨는 가이드도 겸하고 있는 듯 했다. 영어로 메르데가 광장 오기까지 나오는 쿠알라룸프르의 주요 건물들을 설명해 주었고 미터 요금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3명이 같이 타고 있었고 아저씨도 나름 재밌게 설명해 주셔서 그렇게 요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
내가 후미진 곳 만을 골라 찍어서 그런 지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에 비해서는 좀 우중충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간판이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중국 어딘가에 와 있는 느낌은 주었다. 오히려 싱가폴 같은 곳을 중국에서 찾으려면 홍콩, 샹하이 밖에 없을 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위기의 장소는 중국에 아주 많을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이곳에 온 목적은 밥이니 밥을 먹으러 갔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을 먹어 보자고 왔다.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 갔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자주 오는 곳인 듯 했다. 맛은? 메뉴를 잘못 고른 것인 지 모르겠지만 무지 짰다. 열대 지방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려서 염분을 보충해 주어야 되서 그런 지 몰라도. 싱가폴 중국집에서 먹었을 때는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할랄 푸드의 조건..
택시를 타고 번화가인 부킷 빈탕으로 가자고 했는데 아저씨가 너무 막힌다고 입구인 타임스퀘어에서 우리를 내려 주었다. 정말 먼 거리를 달려 왔는데 요금이 너무 저렴하게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내렸다. 뉴욕에 타임스퀘어라는 곳이 있어서 그런 지 서울의 영등포 내지는 대전의 둔산동에도 비슷한 이름의 광장이 있고 쿠알라룸프르에도 그런 이름의 광장이 있다. 일단 무지 큰 건물이 인상적인데 땅이 넓어서 큼직큼직하게 짓는 모양이다. 시간은 오후 5시 반 쯤이 되었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차이나타운에 가서 밥을 먹고 메르데카 광장에 갔다가 페트로나스 타워를 보고 부킷 빈탕의 밤을 슬쩍 구경한 후 공항에 돌아가는 것으로 동선을 잡았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싱가폴 창이 공항과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양분되던 아시아 첨단 공항 경쟁에 우리나라 인천 공항과 함께 여러 공항이 뛰어 들었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 중국 상하이의 푸동 공항 등과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공항도 있었는데 도착해 보니 공항은 현대적으로 멋지게 지었고 규모는 인천보다 커 보였다. 땅에 여유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강점일 것이다. 내부에 있는 가게들은 아무래도 좀 촌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도착동에 여행 안내소에서 관광 안내지도를 받고 시내가 무지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항에서 70 km나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2명 이상이면 택시가 저렴하다는 말을 듣고 택시를 타고 시내를 이동했다. 시내까지 56링깃 나왔으니 거리에 비해 택시 요금이 무지 저렴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