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도착하고 일단 길을 나섰다. 뭔가 스펙터클한 여행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냥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다니자는 쪽으로 마음이 다시 기울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영국 식민지의 흔적을 찾아 보기 정도가 이번 여행의 테마일 것 같다. 먼저 구룡 반도 다음에 홍콩섬을 보기로 했다. 구룡반도를 돌아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바다 밑으로 바다를 건너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Central(中環). 예전에 보았던 영화 유리의 성에 나왔던 곳인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침사추이로 향했다. 홍콩 지하철의 모습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차가운 알루미늄 의자도 그대로고. 오히려 차가 바뀌는 게 이상한 것일까? 서울은 그 사이에 지하철 노선도 많이 생기고 새로운 차도 많이 들어 왔는데...
13년전 첵랍콕 공항 오픈하자 마자 왔을 때는 첵랍콕 공항 무지하게 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와서 보니 AEL타면 금방 도심에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예전에 홍콩은 대중 교통을 타면 거스름돈을 내어 주지 않아 그때 그때 동전을 준비해야 했던 기억이 있어 옥토퍼스 카드라는 교통카드를 쓰기로 했다. 이 놈도 옥토퍼스 카드로 탈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왕복 할인을 받을 수가 없어 AEL 왕복표와 옥토퍼스 카드를 사고 이 기차에 올랐다. 숙소는 센트럴의 이비스 호텔로 잡았는데 센트럴 역에서 근처에 있는 몇몇 호텔을 돌아주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그놈을 타고 호텔로 향했다. 물어 물어 오기는 했지만 가이드 투어를 하듯이 원활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정을 시작했다.
1995년, 1999년에 이어 2013년 14년만에 홍콩을 찾았다.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인천공항에 있는 마티나 라운지를 써 봤다. 공항 안에 있는 transit호텔의 식당을 라운지로도 쓰고 있는 듯 했는데 조금 비좁기는 했지만 깔끔하게 꾸며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깔끔하기는 했지만 조금 비좁고 편의 시설이 너무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음식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BUT, 제휴카드로 들어왔으니 이런 평가를 내리지 30$내고 이용하라고 하면 글쎄... 이번에는 대한항공을 타고 갔다. 홍콩 노선이 모두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대한항공 홍콩 노선의 비행기는 새 비행기처럼 보였다. 기내식은 비빔밥, 소고기, 생선 중에 1개를 고르게 되어 있었는데 생선을 골랐다. 탕수어?같은 놈이었는데 기대에 비해..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호텔에서 공항에 갔다. 공항은 뭔가 열악해 보였다. 이 나라가 정말 1인당 GDP 5만불이 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제주항공을 탔는 데 중국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지금은 사드 보복으로 없겠지? 기내식 주문에 실패해서 공항에 있는 Pacific coffee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들고 탔고 파스쿠치 커피를 시켰다. 던킨 커피가 가성비가 좋아 보였는 데 그건 국내선에서만 판단다. 샌드위치가 좀 상태가 안 좋다고 느끼며 그래도 배고파서 이놈 안 샀으면 큰일 났겠다고 고마워하며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마카오 괜찮은 것 같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고 싶을 만큼.
마카오의 베네치아 호텔은 파리 호텔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이름처럼 에펠 탑을 바깥에 설치해 놓았다. 라스베가스에서도 그랬는 지 잘 모르겠지만 꽤 크고 실제 에펱탑처럼 중간에 식당이 들어서 있었다. 호텔 내부는 베네시안 호텔에 비하면 좀 평범했다. 방돔 광장을 카피했다고 하는 데 별로... 가짜 에펠탑이 입장료도 받아서 그냥 패스할까 하다가 최후의 만찬?을 가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La chine라는 중국 음식점이었는 데 에펠탑 속의 라쿠폴을 흉내내서 만든 것 같았다. 생각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맛은 괜찮았다. 사진 속 요리는 사과가 들어간 탕수육 같은 음식인데 식감이 특이했다. 볶음 국수와 라이스를 하나씩 시켜셔 share 했는 데 맛은 다들 좋았다. 라이스는 plating도 예뻤다..
산토 아고스티노 광장 이름이 붙여지게 만든 산토 아고스티노 성당은 이렇게 생겼다. 모양은 스페인 네르하에서 봤던 성당하고 닮은 것 같다. 네르하에서는 흰색이었지만 이 놈은 노란색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이 동네에는 노란색, 연두색의 파스텔 톤의 건물이 많이 있다. Seminario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데 성당 겸 수도원이라고 한다. 뭔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가이드 북에 보니 돔형 지붕이 멋지고 예수회 최초의 동방 선교사 자비에르의 팔이 묻혀있다고 설명이 되어 있어 들어가볼 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