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페이 시내 구경은 베이먼(北門)에서 시작했다. 원래 타이페이는 성곽으로 둘러쌓인 도시였으나 일본 식민지가 되면서 문만 놔두고 성벽을 철거했다고 한다. 그나마도 이런 저런 과정을 겪으며 다 무너지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사진 속의 북문이 유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남대문, 동대문이 숭례문, 흥인지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듯이 타이페이의 문들도 뭔가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한다. 북문의 이름은 承思門(청스먼)이라고 한다. 생각이 이어지는 문이라는 뜻일까? 뭐 이런 저런 설명을 보아도 내 느낌에는 큰 변화가 없다. '에이, 이게 뭐야. 별로 볼 품없다.' 베이먼 가까운 곳에 일본식 건물인 궈푸스지지넨관(國父史跡記念館)이 있다. 1900년에 지어진 여관인데 1913년, 1914년 쑨원이 타이페이를 방문했을 ..

온천의 도시에 왔으니 목욕탕에 몸을 담궈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곳 온천의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는데 호텔 사우나의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적어도 500 NT$에서 비싼 곳은 2000 NT$ 우리나라 돈으로는 2만원에서 8만원 수준이라 우리나라의 온천 테마파크 입장료 수준을 넘어서기 일쑤. 저렴한 곳은 사진에 보이는 親水露天溫泉(친수이루텐원취안)이란 곳, 친수 노천온천이라는 곳이었다.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여기는 수영복이 필요했고 한국에서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아 패스했다. 수영복 갖고 올 걸 하고 조금 후회를 하기도 했다. 이곳 말고 저렴한 곳은 룽나이탕이란 곳인데. 한자로는 龍乃湯이라고 쓴다. 1907년 이 지역에 처음으로 문을 연 목욕탕이라고 한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만을 점령하고..

단수이를 보고 나서는 기차를 타고 온천 마을 베이터우에 갔다. 먼저 원취안보우관(溫泉博物館)이란 곳에 갔다. 1913년 일본인이 영국의 빅토리아 양식을 모방하여 만든 여관 건물이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일단 서양과 일본의 건축양식이 섞여 있는 듯한 건물이 흥미롭다. 안에는 온천탕이 있는 데 건축 당시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온천탕이었다고 한다. 안에는 작은 영화관도 있고 옛날 모습을 복원한 거실 등이 있어 나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는데 전시물보다는 건물이 더 인상적인 것 같다. 사진 속 건물의 정체는 시립도서관이다. 베이터우에서 박물관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건물이었는데 시간이 허락 한다면 그리고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 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프렌즈 타이완에 보면 단수이에서 可口漁丸(커커우위완)이라는 가게에 가서 이 놈을 꼭 먹어보라고 했다. 오른쪽에 있는 놈이 漁丸湯(위완탕)이라는 놈인데 오뎅 속에 돼지고기가 조금 들어 있다. 왼쪽은 肉包(러우빠오)라고 불리우는 만두.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정확하게 얼마였는 지 기억은 안나지만 쌌다는 기억은 나고 맛있었다. 배를 살짝 채웠으니 해변 산책에 나섰다. 단수이 역 주변의 해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분위기는 대충 월미도랑 비슷하다. 사진을 보니 더더욱 그렇다.

마셰의 두상 옆에 그 사람 이름을 딴 길이 있고 조금 들어가면 그가 선교활동을 하던 교회가 나온다. 적벽돌과 회색 프레임은 여기서 본 서양식 건물들의 대체로 공통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문제의 마셰 박사는 단수이에 교회, 병원 뿐 아니라 타이완 최초의 서양식 대학교 마저 세웠다. 그 학교가 이곳이다. 이름은 牛眞理學堂(뉴진리쉐탕)이다. 사진 속의 건물은 옥스포드 박물관인데 옥스포드 대학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옥스포드에 갔다 온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이곳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찍어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진리대학과 함께 옆에 있는 고급중학교(아마 고등학교)에서도 찍었는데 수업중인 듯 해서 차마 못들어갔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하얀 서양식 건물에 들어갔..

대만을 찾았을 때는 온천을 가고 싶었다. 타이페이 근처에 신베이터우 온천이 눈에 띄었는 데 그 온천은 지하철 단수이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단수이선의 종점인 단수이는 스페인, 네덜란드 군대가 상륙해서 요새를 구축했던 곳이라 관련된 유적도 있고 해서 타이페이 근교에 다녀올만한 도시로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었다. 그래서 동선을 단수이에 갔다가 돌아 오는 길에 신베이터우에서 온천을 하고 스린 야시장을 구경하는 것으로 잡았다. 단수이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역 근처에 있는 룽산스라는 절이다. 타이페이에도 같은 이름의 절이 있는데 단수이의 룽산스는 시장 골목에 꼭꼭 숨어 있는 자그마한 절이었다. 우리나라 절과 달리 바닥에 돌이 깔리고 향로에 향이 늘 피워져 있고 기둥이 돌로 되어 있고 지붕 위가 좀더 칼라풀한..

화시제 야시장과 숙소까지는 거리가 별로 멀지 않고 지하철 역까지 돌아가서 한 정거장 타느니 걸어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걸어 갔다. 타이페이는 서울에 비하면 술집이 정말 없는데 그래서 숙소에서 그냥 캔맥주 하나씩 마시기로 했다. 그래서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몇 개 사들고 갈까 했는데 숙소로 가는 길에 까르푸를 발견했다. 뭔가 구조가 복잡하고 큰 카트를 끌고 다니기엔 통로가 좁은 것 같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안 파는 신기한 과일도 팔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거북이 등껍질같이 생긴 과일을 샀는데 맛은 생고구마 같은 맛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까르푸에서 장을 봐 온 놈을 갖고 숙소 침대 위에 상을 차렸다. 깡통에 들어 있는 놈이 타이완 맥주였는데 칭다오를 연상시키는 시원하고 상큼한 맛..

타이페이의 대표적인 야시장 중 하나인 화시제예스에 갔다. 패루가 있고 뚜껑이 있는 아케이드 형태의 공간을 지날 때는 생각보다 깔끔하지만 별로 재미 없다는 느낌인데 그곳을 빠져 나오니 우리가 알고 있는 야시장의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야시장에 왔으니 꼬치를 먹어봐야지 했고 사진 속 노랑머리 꼬치 파는 아저씨가 한국말로 '양꼬치'라는 말을 알고 계셨다. 나는 소고기 꼬치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은 별로였다. 카레 맛이 좀 강하게 나고 좀 질긴 편이었고 그렇게 맛있는 부위는 아닌 듯한...하긴 길거리 음식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기는 어렵겠지?